우리는 일상과 노동, 그리고 생각하는 손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상의 노동시간 동안 재료들을 진지하게 대면하여 다양한 사물을 제작한다. 사물을 제작하기 위해서 공예가는 재료를 잘 다루어야 한다. 재료를 잘 다루는 것은 재료를 이해한다는 것인데, 재료를 이해하는 과정은 대부분 손과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최근의 화두인 ‘생각하는 손’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재료를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만으로 이해하여 공예작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료를 다루는 기술을 연습하고 연마하는 과정 중에 손을 통하여 재료를 면밀히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이 연주를 자유자재로 하기까지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재료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생각하는 손’의 노동이 필요하다. 우리 또한 노동의 일상을 거쳐 재료를 체득하였고, 그 과정 중 경험한 ‘백자’의 물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백자토는 대표적인 도자기의 재료 중 하나로, 자기문화가 융성하게 꽃피었던 중국 송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도자작업에 사용되어왔다. 자기소지를 구성하는 주된 광물인 카올린(Kaolin, 고령토高嶺土)은 철분이 없는 백색의 광물로, 일찍이 동아시아 3국의 천혜의 자원이었으며, 한국 또한 그 중 하나로 조선시대에 이르러 고유한 백자문화가 500여년간 지속 되었다. 자기소지는 1300도를 웃도는 고온에 견뎌 유리질화 하여 뛰어난 백색도와 강도 그리고 투광도를 갖게 되는데, 이는 도자기 기술의 정점이었다. 백자는 선조들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귀하고 아름다운 물건이었으며, 조선의 청렴결백과 단순함, 절제의 상징이기도 했다. 고도의 정제된 재료와 기술로만 완성시킬 수 있는 백자의 아름다운 물성, 그리고 조선백자 단순미는 우리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함은 거짓 없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속성으로, 그것은 기본과도 연결되어있다. 우리가 다루는 백토는 하얗고 투명한 빛깔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 예민함 또한 갖고 있다. 기본에 근간을 두지 않으면 쉽게 다루기 힘든 재료이다, 반복되는 노동의 시간과 손에 의한 기술의 체득만이 물성을 다루는 기본을 이룰 수 있으며,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우리는 백자의 물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간결한 형태의 사물들을 제작한다. 응당 갖추어야할 요소는 갖추고 외형적으로 뺄 것은 빼고 더할 수 있는 것은 더한다. 어쩌면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려운 선택이다. 우리는 원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정확한 원인지 생각하고, 직선을 볼 땐 어딘가 찌그러지지 않는지를 확인한다. 그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형태가 단순하다고 반드시 경험의 단순함을 뜻하지 않는다.”라는 로버트 모리스 (Robert Morris)의 말처럼 단순미를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노동과 백자의 물성을 내밀하게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